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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빈(고25)퇴임인사 및 2019 광주 FINA 세계 마스터즈 수영선수권대회’ 출사표
  • 관리자
  • 2019-07-25 오전 11: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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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의 정년퇴직

김연빈(고 25회, 전 해양수산부)

 

저는 지난 6월 30일, 해운항만청·국토해양부·해양수산부에서 41년간의 공직을 마치고 정년퇴직하였습니다. 선배, 동료, 후배들을 비롯하여 가족과 주위의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정년퇴직의 소회>

 

1. 임용장을 받고 망망대해를 보며 팔마정신으로 청렴하게 정년퇴직할 것을 다짐하다.

 

저는 유신 말기인 1978년 10월 12일, 교통부 산하 묵호지방해운항만청(현 동해지방해양수산청)에서 행정서기보 시보 임용장을 받고 속초출장소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강릉을 거쳐 속초로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차창 밖으로 파랗게 펼쳐지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고향 순천의 상징인 ‘팔마(八馬)’ 정신을 살려 청렴하게 정년퇴직하겠다는 거창한 다짐을 했습니다. 서예를 배우면서 스스로 호를 ‘八馬’로 정하고, 중요한 사안에는 ‘팔마’로 서명하고, 이메일 주소를 비롯하여 모든 ID를 ‘palma59'로 통일한 것도 그 다짐을 생활화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다짐 그대로 수구초심으로 청렴하게 정년퇴직을 하게 되어 마음이 매우 가볍고 기쁩니다. 이제 팔마란 무거운 짐을 내려놓습니다.

 

2.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을 무의식 속에 실천하다.

 

고령화의 진전으로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100세를 맞이한 김형석 명예교수님이 저술활동과 강연으로 바쁘게 활동하시는 것을 보아도 실감이 납니다.

초등학교 때(1964~1969) 형 책꽂이에 김형석 교수님의 『祖國에의 鄕愁 속에서』와 『고독이라는 병』이 꽂혀 있었습니다. 『조국에의 향수 속에서』는 김 교수님이 1950~60년대에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미국의 여러 도시와 유럽, 중동 등을 둘러보고 쓴 여행기입니다. 카네기홀에서 공연하는 연주회를 보고 싶었는데 입장료가 비싸서 복도에서 머뭇거리다가 시작 후 한참이 지나서 직원의 배려로 관람하게 되었다는 가난한 유학생의 모습은 그 당시 곤궁했던 우리나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제가 교수님의 책들을 읽은 것은 중학교 때였지만, 외국 여행은커녕 서울에도 가보지 못한 저에게 외국, 외국의 여러 도시는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북에 두고 오신 아버지가 이 책을 보시면 얼마나 기뻐해 하실까 하시던 교수님의 마음을 읽으면서, 저도 언젠가 한 권의 책을 써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수님의 부친은 호롱불 속에서도 항상 성경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교수님은 책 속에서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아마 『고독이라는 병』에서일 것입니다. 교수님의 아들은 명문 경기중학교를 다녔는데 체조시간에 전교생 중에서 유일하게 동작을 틀리는 학생이었습니다.

 

“너는 언제나 성공을 원하기보다 봉사를 원하며, 부자가 되기보다 부지런한 사람이 되며, 유명해지기보다 아낌을 받는 사람이 되며, 칭찬을 받을 때마다 오히려 한 가지 부족한 것을 발견하는 생활을 해주기 바란다.”

 

10살 위인 형이 이 글을 직접 만든 액자 속에 넣고 사인을 해서 안방에 걸어 놓았습니다. 형의 좌우명이었던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동나무 액자 속의 이 글은 아침마다 저녁마다 쳐다보고 읽어보는 사이에 어느덧 제 의식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공직을 마감하고 정년퇴직을 하면서 되돌아볼 때 제가 이것을 꼭 지켰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무의식적으로 이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쓴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1995년인가 교수님은 종로4가 해운항만청에 오셔서 강연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 댁 닭똥집은 지금 누구 차지입니까?”하고 여쭤보려고 했는데 질문의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교수님은 얼마 전 『100세를 살고 보니』란 책을 내셨다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이 글이 끝나면 바로 알라딘을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3. “노력하라”는 친구의 충고를 지키려고 애쓰다.

 

제가 1976년 대학진학을 못하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대학에 진학한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더니 “헛생각하지 마라. 노력을 전제로 한 너의 미래는 밝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그 친구와의 교유는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저는 친구의 충고와 격려가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4수를 해서도 대학에 가지 못했지만 입학 후 14년 만에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요코하마국립대학 대학원에 국비유학을 했습니다. 안주하지 않기 위해 애썼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주일한국대사관에서 해양수산관 겸 국토교통관으로서 농림수산성과 국토교통성, 후생노동성, 해상보안청 등을 대상으로 한일 어업협정의 운용 지원과 우리 어업인의 안정적 조업 , 수출입 수산물의 안전 확보, 해양수산·국토교통 분야의 협력 증진 등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40여 년이 지나 퇴직을 앞두고 어렵게 전화번호를 알아내 “친구 덕분에 여기까지 왔네”하고 했더니, 친구는 “내가 그런 명언을 남겼어?”하고는 웃었습니다. 친구는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런데 만나지를 못했습니다. 남북이산가족도 아닌데.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는 피천득 교수님의 수필이 생각납니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는 교수님의 회고처럼 그냥 이대로가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되돌아보면 제가 오늘 여기까지 와서 무사히 정년퇴직을 하게 된 것은, 고향 순천에 면면이 이어오는 팔마정신과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 그리고 노력하라는 친구의 충고가 그 근간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물론 가족들의 헌신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제가 공직생활 중 6년간이나 외국에서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이나 퇴직공직자들의 저술활동을 응원하고자 하는 1인출판사 ‘도서출판 귀거래사’를 세우고 한 권의 책을 써보고 싶은 것은 어렸을 때 읽었던 김형석 교수님의 글의 영향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국가로부터 남들보다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제 제가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삼십배, 육십배, 백배로.

 

<출사표>

 

저는 정년퇴직을 자축하여 8월 9일 여수 엑스포해양공원에서 열리는 ‘2019 광주 FINA 세계 마스터즈 수영선수권대회’ 바다수영(OWS) 경기(3㎞, 60~64세부)에 출전합니다. 마스터즈 수영대회는 동호인 선수들의 세계적 축제입니다. 50여개 국가에서 600여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개최지인 여수와 이웃 도시 순천을 찾게 됩니다. 일본에서 같이 근무했던 김현우 주일한국대사관 행정원 등 20여명이 제가 결성한 바다수영 동호인클럽 ‘BDS S-Line Suncheon(바다수영소년단 순천만 에스라인)’과 대회 참가 독려 프로그램 ‘귀거래海 2019’를 통해 저와 함께 합니다.

저는 고 조오련 선수와 함께 2005년 사단법인 한국바다수영협회(AKOWS. 회장 지봉규)를 설립하고 해양수산부장관배 바다수영대회를 개최하는 등 우리나라 바다수영 발전을 위해 선구적 소임을 해왔습니다. ‘귀거래海 2019’ 프로그램 참가자를 중심으로 내년에는 ‘순천만 에스라인 수영대회’를 개최하고, 장기적으로는 ‘순천만 종단수영대회’(고흥 팔영대교-여수 여자도-보성 장도-순천 화포 또는 거차, 약 20㎞)를 세계수영연맹(FINA) ‘울트라마라톤 수영 시리즈(UltraMarathon Swim Series)'의 하나로 고향 순천에 유치하고 싶습니다.

이번 광주 마스터즈대회 바다수영을 계기로 올림픽 공식종목 바다수영이 전국체전 공식종목으로 지정되고, 해양수산부와 지자체가 함께 개최하는 해양스포츠제전에서도 번외경기에서 정식종목으로 전환되기를 바랍니다. (끝)

 

김연빈

도서출판 귀거래사 대표 (순천고 25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장미로 139 207-704 (야탑동, 매화마을주공 2단지)

palma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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